그는 새벽 바람과 함께 찾아왔다. 편의점 야간 알바는 대부분 평화로운 편이다. 내가 일하는 이 동네가 부촌이라 그런지 그저 다른 이유인지 몰라도, 편의점 야간 알바들이 흔히 겪는다는 진상들을 나는 지난 몇달 간 만나 본 일이 없었다. 그랬기에 여기 점장님도 여자인 내게 야간 시간대를 맡긴 거였고. 남자들도 꽤 지원을 했던데 왜 절 뽑으셨어요? 하니 점장님은...
"날 정말 포기할 거야?" 날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에게서 눈길을 거두고 돌아섰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북받쳐 그를 마주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꽉 막혀오는 목을 가다듬고 얼굴 근육에 힘을 꽉 주어 눈물을 참고, 냉장고 앞으로 걸어갔다. 생수를 꺼내 한 컵 가득 따라 물을 들이켰다. 꿀꺽꿀꺽, 숨도 쉬지 않고 물 한 컵을 다 마시자 눈물이 들어갔다. ...
전화가 그대로 끊겼다.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정말 여길 오겠다고? 지금이라고 기자들이 안 따라다닐 거란 법이 어디 있어서? 초조해진 나는 한주태 실장에게 문자를 남겼다. 실장님, 선배가 혹시 우리집으로 가겠다고 고집부리면 그냥 내려주지 말고 같이 집으로 올라와주세요. 적어도 일 때문에 드라마 피디 집에 들른 것이라는 명분을 만들 ...
시청률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1회보다 2회의 시청률이 2퍼센트나 올랐다. 긍정적인 리뷰들이 계속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다음주 4회쯤에는 10퍼센트를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청률 소식에 스탭들의 사기도 올라 갔다. 가장 더운 여름은 이제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은 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날씨였다. 그런 환경에 시청률 소식은 긍...
-뭐하구 있었어? “그 6회에 나올 카페랑 미술관 헌팅하고 들어가는 길이에요.” -힘들었겠다. 오늘 더운데. “선배가 힘들죠. 나야 차 타고 다니면서 건물에서 건물로 다니는 건데 선배는 야외 촬영이잖아요 오늘.” -사실 더워 죽겠어어어. 나 얼굴도 엄청 탔어. 그가 우는 양 흑 소리를 더했다. 귀엽게 늘어지는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칭얼거리고 있을 그의 표...
그 날. 밤새 잠을 뒤척였다. 여러 사람의 날숨에 알콜향이 뒤섞여 좁은 방안을 가득 메워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밤이 새도록 상돈선배의 말을 곱씹었다. 이거 선호 형한테 보내면 이제 올라온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정말 눈앞에 나타났던 그 사람.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물들이던 수줍은 빛. 그 표정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마구 뜨거워졌다. 맥...
그도 나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시작은 물론 그 MT였다. 한번 그런 기대를 품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그렇게 보였다. 유난히 마주치는 듯한 시선. 가는 곳마다 나타나 부딪히던 잦은 우연. 다정하게 건네는 세심한 걱정들. 그가 매체에 데뷔하고 나는 드라마 제작피디로 진로를 바꿔 한창 정신 없을 때부터는 오히려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도 많아졌다...
아직도 그날이 가끔 꿈에 나온다. 여름의 초입이었다. 길을 걸으면 슬슬 목 뒤에 땀이 배어 나오고 뺨에 닿는 공기에 자잘한 습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던 때. 감독님의 제안에 따라 극을 올리기 전 배우와 스탭들이 모두 다같이 가평으로 워크숍 겸 엠티를 갔다. 당시 나는 공연 하나를 겨우 올려 본 연출팀 2년차 스탭이었다. 새로운 공연을 함께 하게 된 대부분의 배...
그의 울음이 천천히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너른 등을 조용히 쓸어주다가 그를 살피려 잠시 몸을 떼어내려는데 그가 기척을 느끼자마자 숨이 막힐 듯 더욱 꽉 나를 끌어안았다. 싫어요. 놓아주지 않을 기세였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술 취했던 그 밤처럼 그가 어리광을 부렸다. 목덜미에 얼굴을 고쳐 묻고 싫어요, 다시 한 번 말하는 목소리에 잔뜩 어린 고집이 묻...
When your love holds me back againI could not resist, oh I'm helplessI'm helplessWhen your love is kindI could not resist, oh I'm helplessI'm helplessI'm helpless당신의 사랑이 나를 다시 안을 때난 거스를 수 없어요 난 어쩔 수 없...
그 앞에서 재빨리 사라지고 싶었지만 다리 때문에 그것마저 쉽지가 않았다. 절뚝이며 겨우 건물 문 앞까지 갔을 때 그가 뒤늦게 내 옆에 다가서며 목발을 짚은 왼팔을 잡았다. 부축하려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이 남자는 이럴 때까지. 아직 나는 울음기가 남아있는 채였다. 이런 상황에도 다정한 그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의 다정이 내게 기울어진 마음이라고 생각했...
예상과 달리 늦어서 오늘도 분량으로 양해를... ◡̈ 숨이 차올라 잠시 입술이 떨어졌다. 서로의 더운 숨이 코끝에서 섞였다. 어느새 그의 허벅지에 올라타 있었다. 내 뺨을 붙든 채 엄지손가락으로 내 볼을 살살 매만진 그가 흣 짧게 웃으며 촉, 촉, 장난치는 것처럼 짧게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았다. 입술이 맞물리고 떨어질 때마다 간지러운 기분에 웃음이 터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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